이른 봄날의 노란색 생강나무 꽃이 이제야 열매를 맺는다.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천천히 그 속을 채운다. 이 작은 열매는 긴 더위를 먹고 가을에야 검어질 것이다.
몇 년전 유행했던 가요 중에 ‘너를 위해’라는 노래가 있다. ‘나를 위해’가 아니라서 좋아했던 노래인데 가끔 바닷가 등대를 보면 이 노래가 생각난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존재하는 등대, 낭만보다는 삶의 현실을 생각할 때 더욱 더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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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사찰에서 흰 봄꽃은 풍경을 만들지 못한다. 매화의 흰 단아함은 단청에 죽고 연등에 죽고 또 사람에 죽는다. 마당 한 쪽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그저 피었다가 질뿐이다.
산사에 핀 홍매
눈 속에 대나무
을비를 맞고 있는 감나무 가지 끝에 감이 하나 열렸다.잎새들 모두 떨어지고 검은색 가지만이 가을비에 젖는다.사람의 몫도 아니고 까치의 몫이니 비를 맞아도 상관없지만 ‘홀로’라는 것에서 사물이나 사람이나 똑같이 조금은 짠하다.
산성의 느티나무
남해안 작은 포구에 새벽이 왔다.요란한 뱃고동소리도 없지만,소박한 고깃배는 남해 먼 바다를 향해 눈을 뜬다.오늘도 노부부의 바다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왜 부도밭에는 담장이 있을까? 매번 사찰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의문이다.담장이 없으면 더 편안하게 보이련만 두꺼운 돌담장이 버거워 보이는 부도밭이다.
▲담양 소쇄원 가을비가 참으로 길게도 내리니,비에 젖은 나뭇잎들 유난히 녹색이다.이 비가 그치고 나면 이제 저들도 물들기에마지막 한 여름 녹색으로 묻어있다.
태풍을 피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