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구제 발심 후 수행, 지혜ㆍ자비 갖춰

관세음보살님은 온갖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계십니다. 관세음보살님이 처음부터 중생 구제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관세음보살님도 우리와 같은 중생인 때가 있었습니다. 중생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비로소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발심을 하였습니다. 마음을 일으키고 그에 따라 각고의 수행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수행의 결과로 깨달음을 성취하시고 지혜와 자비를 갖추어 중생을 제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입니다.

불교의 수행자는 보리(菩提)의 마음을 내어 수행을 해야 하고 깨달음을 성취, 중생을 제도해 구경에는 모두 진리에 귀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불도에 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내고 나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행자는 어떠한 마음을 내야 할까요? 관세음보살은 처음에 어떠한 마음을 내었던 것일까요? 마음은 모든 행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마음을 내는가에 따라 그 행동과 결과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마음을 내서 수행을 하고 그에 따라 결과가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행자는 바른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바른 마음과 삿된 마음을 구별하고, 항상 바른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왜냐하면 바른 마음을 내어야 그에 상응하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세음보살님도 중생으로 있을 때 바른 마음을 내 서원을 세우고 수행을 하셨습니다.

수행자는 바른 마음을 내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도대체 어떠한 마음을 내어야 바른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보리심을 내는 것이 바른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보살은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의 마음을 내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님도 이러한 마음을 내시고 그것을 실천하셨습니다.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의 구체적 표현이 사홍서원(四弘誓願)입니다.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 중생이 끝없이 많아도 서원하건대 반드시 제도하겠습니다.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 번뇌가 끝없이 많아도 서원하건대 반드시 끊겠습니다.
법문무량서원학(法門無量誓願學) : 법문이 끝없이 많아도 서원하건대 반드시 배우겠습니다.
불도무상서원성(佛道無上誓願成) : 불도가 위없이 높아도 서원하건대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사홍서원은 모든 보살이 세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보살의 총원(總願)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관세음보살님도 사홍서원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사홍서원은 자비의 서원이라고도 합니다.

모든 중생은 고통 속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 고통의 원인은 미혹입니다. 미혹으로 인해 번뇌를 일으키고 육도에 윤회하면서 마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중생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고통은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이 다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살은 고통을 없애 주겠다는 대비(大悲)의 마음을 일으켜 중생을 제도하고 번뇌를 끊겠다는 서원을 세웁니다.

사홍서원 가운데 ‘중생무변서원도’와 ‘번뇌무진서원단’의 두 서원은 고통을 없애주는 발고(拔苦)의 서원입니다. 번뇌를 끊는 것뿐만 아니라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두 가지 서원은 함께 세워야 합니다. 고통의 원인인 번뇌를 제거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통의 결과인 중생도 제도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발고의 서원이 참되고 바른 것입니다.


중생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을 해서 불도를 이루어 고통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극락으로 가는 문(門)입니다. 또한 불도를 이룬다는 것은 더 없는 즐거움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법문은 즐거움의 원인이 되고 불도는 즐거움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나를 포함해 모든 중생이 부처님의 법문에 따라 수행을 하고 그 결과인 불도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보살은 즐거움을 주겠다는 대자(大慈)의 마음을 일으켜 부처님의 법문을 배우고 불도를 이루겠다는 서원을 세웁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문무량서원학’과 ‘불도무상서원성’의 두 서원은 즐거움을 주는 여락(與樂)의 서원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서원은 함께 세워야 하며, 그것이 참되고 바른 서원입니다.

사홍서원은 고통을 없애주고 즐거움을 주겠다는 발고여락(拔苦與樂)의 자비의 서원입니다. 그것은 또한 대자대비 관세음보살의 서원이기도 합니다. 자비를 일으켜 사홍서원을 세워야 하며 그것이 바른 발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리의 마음을 일으킨다는 것은 단순히 서원을 세우고 수행을 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닙니다. 보리의 마음을 내는 것은 이러한 것을 포함하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보리의 마음을 내는 것이 바른 발심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리의 의미는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보리는 여러 단계로 나누어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구경의 보리 또는 무상의 보리를 내는 것이 가장 수승한 발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태종을 개립하신 천태지자대사는 보리를 여섯 단계로 말씀하셨습니다. 첫 번째 이즉보리(理卽菩提), 두 번째 명자보리(名字卽菩提), 세 번째 관행보리(觀行菩提), 네 번째 상사보리(相似菩提), 다섯 번째 분진보리(分眞菩提), 여섯 번째 구경보리(究竟菩提)가 그것입니다. 이것이 곧 깨달음의 단계인 것입니다.

모든 중생은 마음 속에 진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이즉보리입니다. 그러나 중생이 차츰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하게 되고 그 가르침을 통해 중생 스스로 진리를 갖추고 있음을 아는 것이 두 번째 명자보리입니다. 이제 가르침에 따라 마음을 내어서 보살의 수행을 하는 것이 세번째 관행보리입니다. 꾸준한 보살도의 실천을 통해 부처님의 진리에 가깝게 가게 되는 것이 네 번째 상사보리입니다.

나아가 실제로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 무명을 파하고 실상을 보게 되는 것이 다섯 번째 분진보리입니다. 그리고 모든 무명을 완전히 파하고 모든 진리를 다 깨달아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더 이상 채울 것이 없고 더 이상 끊을 것이 없어서 원만해진 자리가 바로 여섯 번째 구경보리이며 오직 부처님만이 이 자리에 통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중생은 보리의 마음을 내어 구경의 자리에 오를 수 있습니다. 중생이 보리의 마음을 내는 것에 대해 천태지자대사는 가난한 사람이 감추어진 보물을 캐내는 것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어느 가난한 사람이 집에 감추어진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항상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서도 그 보물을 발굴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물에 대하여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그 집에 보물이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어 가난한 사람도 그것을 알게 됩니다.

이제 가난한 사람은 자기 집에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내어서 그것을 캐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 점점 그 보물이 있는 곳에 가까이 가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가난한 사람은 자기 집에 있는 보물을 찾아 꺼내어 쓰게 됩니다. 이와 같이 하여 결국 모든 보물을 다 캐내어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중생은 마음 속에 이미 진리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기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알고 노력해서 발굴하며 점차 가까이 가서 결국 그것을 캐내어 활용하고, 모두 다 활용하였을 때 구경의 보리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경보리(究竟菩提)를 내어야 진정한 발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리의 싹이 트여서 점점 자라 결국 보리가 완성된 자리가 바로 구경보리입니다. 이와 같은 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그것이 가장 수승한 것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은 중생으로 있을 때 보리의 마음을 내어 서원을 세우고 수행을 해 구경의 보리를 증득하셨습니다. 바다와 같이 깊고 넓은 서원을 세우고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수행해 지혜와 자비를 갖추셨습니다. 그리고 중생들의 구제에 진력하고 계십니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설하시기를, “중생들 어려움 당해 무량한 고통 받을 때 관세음보살님의 묘한 지혜의 힘이 세간의 고통을 없애주네. 신통력 구족하시고 널리 지혜의 방편 닦아 시방의 모든 국토에 나타나신다네(衆生被困厄 無量苦逼身 觀音妙智力 能救世閒苦 具足神通力 廣修智方便 十方諸國土 無刹不現身)”라고 하셨습니다.

상월원각대조사님께서도 소백산 연화지에 오셔서 구인사를 창건하시고 수행을 시작하시면서 다음과 같은 서원을 세우셨습니다. 1. 큰 법을 깨달아 이곳에서 장엄한 불사를 전개하겠다. 2. 반야 지혜와 무애 해탈을 증득하지 않고는 중생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 3. 스스로 성취한 공덕은 중생에게 회향하여 다 함께 무상보리를 얻게 하겠다. 여기서 보듯이 대조사님의 서원에도 상구보리와 중생구제의 대자대비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러한 대서원을 세우시고 정진을 하셔서 구경보리를 증득하셨습니다. 이 후 구인사를 대가람으로 만드는 장엄한 불사를 하셨고 이곳에서 중생제도에 진력하셨습니다.

중생이 구경의 보리를 증득하기 위해서는 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보리의 마음은 불도 수행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사홍서원을 세우고 실천수행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경의 보리를 성취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그 성취한 공덕은 중생에게 회향하여 다 함께 무상보리를 얻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관세음보살님의 보살도이며 중생들이 가야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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