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종교 몰락하는 현실
신도 없으면 절도 스님도 없어
​​​​​​​불자 재교육 프로그램 마련해야

요즘 불교계에 출가자 감소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종단마다 대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좀 더 기다려봐야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나는 출가자 감소가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선 출가자 감소는 우리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가톨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출가제도를 가진 모든 종교가 겪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교의 몰락을 예견한 선각자들은 많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친 인물은 A.토인비다.

그는 20세기 최고의 역사철학자로서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라는 명저를 남긴 인물로, ‘21세기에 다다르면 종교는 쇠퇴하고, 몰락의 과정을 겪으리라.’고 예견했다. 그 이유는 종교의 세속화·상업화로 인한 ‘일반인의 종교에 대한 무관심’을 꼽았다. 사실 세계 4대 종교가 동시에 몰락해 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세계적 현실이다.

출가자 감소를 우려하는 스님들은 이와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스님 한 명이 여러 사찰의 주지로 부임하는 일이 허다하고, 절을 속인들에게 맡겨야만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내가 진실로 우려하는 것은 불자 감소다. 불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출가자가 늘어나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추구해야 할 일은 포교의 다변화와 불자들의 재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10년간의 종교인구 통계를 보면 불자 수는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21세기 초반만 해도 교세 1위였던 불교가 이제 2위로 내려앉았고, 천 만 불자들의 숫자도 920만 정도로 감소했다. 물론 1위 개신교와는 20만 명 정도의 극소수 차이지만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원인은 불교 외부의 문제와 내부의 치명적 단점 때문이다.

서양 종교가 한국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요인은 적극적인 선교전략, 사회사업 전개, 교육사업 확대, 의료사업 현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비해 불교의 사회사업 전반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모든 분야에서 제로는 겨우 면했지만, 아직 갈 길은 요원하다. 나는 본사급의 대형사찰에서는 의무적으로 중·고등학교, 대학교, 병원 등을 운영하거나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기 마련이다.

다음으로는 불교의 내부 문제이다. 불교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집단이다. 상하관계가 뚜렷하며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우선 개선해야 할 점은 스님들의 신도에 대한 태도이다. 나이 먹은 보살님들에게 함부로 반말하는 나쁜 습관, 어린이를 존중할 줄 모르는 행동 등은 이제 그쳐야 한다. 왜냐하면 신도가 없으면 절도, 스님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성불에만 집중하는 가치관을 중생구제와 병행해야 한다.

불교가 지배하던 사회의 특징은 권위주의나 절대적 신념 대신 관용과 용서의 사회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나는 우리 시대의 모두가 불자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부처님 가르침을 고맙게 생각하는 국민이 좀 더 늘어나기를 간곡히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