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오염된 문법과 화법
​​​​​​​오천만 공감하는 표준어로 바꿔
새해, 망어와 기어 몰아내자

계묘년에는 여의도 사투리가 난무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1일 대전에서 “여의도에서 300명(국회의원)만 공유하는 화법이나 문법이 있다면 그것은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가?”라고 반문한 후 “나는 나머지 오천만 명(국민)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말했다. ‘그의 화법이 여의도 정치권과 다르다.’는 지적을 받고 한 말이다. 계묘년 한 해가 저물고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정치인들이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국민의 표준말로 소통할 수 있을까?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로 소통할 수 있을까?

대개 사투리란 표준어와 다른 어떤 지역이나 지방에서 쓰이는 언어[方言]이다. 방언은 독립된 체계를 가진 한 언어의 분화체 혹은 그 변종이다. 본래는 한 언어였지만 어떠한 이유로 인해 말이 서로 달라져 여러 방언으로 나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방언은 시간이 흘러 언어차가 매우 커지면 완전히 다른 언어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만큼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변질의 위험성이 높다.

근래 우리 정치판의 언어는 매우 오염되어 있다. 오염이란 ‘더럽게 물들었다.’는 뜻이다. 역사적 진실과 실체적 사실이 구분되지 않고 있다. 내 편에 유리하면 옳고 내 편에 불리하면 그르다고 보고 있다. 매일 아침 종합편성 방송에 출연하는 여야의 패널들이 특히 그렇다. 자기 진영의 논리에 의해 ‘진실’과 ‘사실’을 다르게 풀어내고 있다. 패널들은 역사적 진실과 실체적 사실에 나아가려 하지 않는다. 도리어 상식에 반하는 사실을 이치에 맞지 않는 ‘궤변’으로 지지하는 이나 지지하는 당을 방어하기에 급급하다.

일부 국민들도 여야 진영에 휘둘리고 있다. 진실과 사실이 일치하는 지점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모두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에 입각해 진실과 사실을 다르게 바라보려고만 한다. 이 때문에 진실과 사실이 분명하지 않고 희미해진다.

정치인들은 종종 ‘국민’과 ‘국민의 눈높이’를 얘기한다. 아마도 ‘국민’과 ‘국민의 눈높이’는 상식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이 상식을 역사적 진실과 실체적 사실로 이해할 수 있을까? 부끄러움과 염치를 모르는 정치인들이 ‘국민’과 ‘국민의 눈높이’를 얘기하니 그것이 상식의 다른 표현인지 매우 의심스럽다.

말[言]은 사람과 사람 간에 의사를 소통하는 수단이자, 서로의 감정을 전달하는 행동이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짓는 업(業)이다. 손과 입으로 쉴 새 없이 구업(口業)을 짓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냥 꾸며대는 망어(妄語)와 진실하지 못한 허망한 말[綺語]로 구업을 쌓는다.

갑진년 새해에는 정치인들이 국민과 보다 가깝게 소통하는 표준말을 사용해주길 기대해 본다. 일부만이 쓰는 사투리보다 오천만이 쓰는 표준말이 유행하기를 희망해 본다. 우선 정치를 ‘생물’이자 ‘예술’이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의 문법과 화법이 바뀌기를 소망해 본다. 동방의 청룡[대한민국]이 여의주를 물고 비상하기를 서원한다면, 여의도에서 망어(妄語)와 기어(綺語)를 싹 몰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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